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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추천] 백예린 - <0310>, 자존감 낮은 연애의 결정체

에디터 도리 2022. 8.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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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뒷북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한창 백예린의 신보가 나왔을 때는 ‘Square’에만 빠져 채 다른 앨범을 들어볼 생각조차 안 했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백예린이 몇 년 전 페스티벌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 노래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메모장을 켜고 글을 쓰는 중이가.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 이미 유명한 노래이기에 이 글은 추천글보다는 나의 감상평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16년 03월 10일에 만들어서 이 노래. 한동안 미공개곡이라며 페스티벌에서 부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려 만든 지 6년이나 지난 곡이다. 노래를 듣는데 6년 전이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무려 그녀가 19살에서 23살 때쯤 만든 노래라는 것에 주목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노래를 썼을까.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그녀의 사랑은 왜 이런 모습이었을까.

자존감이 낮은 사랑은 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상대의 어떤 표정이 싫지만 혹시나 이 얘기를 하면 그가 떠나버릴까 그마저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해석한 0310은 그런 사랑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랑 앞에 동등하지 못한 관계. 더 좋아하고 마음을 주는 순간, 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약자가 되가에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좋아하는 것을 보이지 않도록 한다.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무섭고 두렵고 혼자 남는 것이 싫지만 이것을 다 말해 버리면 단숨에 나약해져 버리니. 네가 없으면 안 될 걸 알면서도 을이 될 것 같아 애써 강한 척하며 마음을 숨긴다. 이런 불완전한 사랑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데 말이다. 동시에 자존감은 점점 낮아진다. 사랑 앞에서 내 감정에 대한 확신은 사라지고 상대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게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로.

이 노래는 우울할 때 들으면 한 없이 우울해지고, 사랑을 말하기에 설레기도 한다. 특히 노을 지거나 선선한 날에 들으면 음악의 매력은 배가 된다. 하지만 나는 <0310>을 가장 무더운 여름 이 노래를 듣길 선택했다. 가장 뜨거웠던, 채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떠올리며, 지난 내 사랑에 대한 후회와 당시 나의 감정을 옮겨 놓은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센치해지기도 한다.

음원도 좋지만 무심한 듯 베이스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영상이 진국이다. 가장 담담하게, 아프지만 내 마음을 고백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노래의 앞머리에는 hate라고 표현하지만 뒤에는 love라고 말하는 것도 내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싫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는 내가 자꾸만 보인다.

마지막으로 내가 차마 그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덧붙인다. 상처받지 않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사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알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내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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