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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언프레임드>,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영화를 만들다!

에디터 도리 2022. 7. 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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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왓챠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한 가지.
바로 누구보다 콘텐츠에 진심이기 때문이죠.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콘텐츠,
주력 콘텐츠에 올인하는 대기업이라면
왓챠는 비주류, 모퉁이에 있는 콘텐츠를
재조명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이게 있다고?’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이고요.

그리고 이 작품도 왓챠의 콘텐츠
사랑에서 기반이 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늘 앵글 안에 있던 배우들이
앵글 밖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취향대로 만든 영화 <언프레임드>.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던 배우들이
프레임 없이 목소리를 낸다는 제목처럼
각기 다른 배우들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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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박정민 감독 - <반장선거>

 

감투를 쓴다는 말이 초등학생에게는 어색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이 나이대에 이만한 명예가 없죠? 이야기는 제목처럼 반장선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5학년 2반 교실. 반장선거를 앞둔 이 반에는 긴장감이 맴도는데요. 반장이 되기 위한 각고의 노력, 그리고 부정적인 거래들. 마치 대선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에 압도되고 맙니다. 그리고 긴장감을 높여주는 음악들은 가히 감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래퍼 마미손의 음악이라 특유의 힙합도 느껴지고요. 이런 모습은 박정민의 연기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보통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른들과는 다르게 때 묻지 않은 모습들만 조명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 영화는 순수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어른처럼 권력과 관계 속에서 선거를 이어나갈 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가장 흡입력이 있고 몰입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지루해질 만하면 음악이 휘몰아쳐서 끊임없이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영화를 안 보더라도 이건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02. 손석구 감독 - <재방송>

 

손석구의 연기가 늘 그렇기에 이번 영화도 되게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라서 더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영화는 흔한 이모와 조카 사이를 보여줍니다. 둘은 가족 행사를 향하는데요. 사실 이모와 조카 사이가 얼마나 가까울까요. 그래서 둘은 어색하지만 친숙한, 데면데면하지만 가까운 그런 관계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모는 자신의 죽은 간호사 딸이 그리워서 그녀가 살아 있던 시간이 다시 오길, 재방송되길 바라고, 조카는 끊임없이 재방송하는 드라마에 나오기를 원하죠. 

사실 줄거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일상적인 얘기들이라 살짝 루즈하기도 하죠.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건 출연하는 배우들의 현실 연기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한편으로 끊임없이 재방송되는 드라마에 나오길 희망하는 손석구 자신의 경험도 어느 정도 담긴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잔잔함 속에서 큰 울림을 준 손석구의 사려 깊은 영화에 다시 한번 감동을 했습니다. 

 



03. 최희서 감독 - <반디> 

 

영화에 등장하는 최희서 배우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그녀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그런데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영화도 잘 만들더라고요. 그것도 약자의 시선에서요. <반디>는 주인공 소영의 딸 이름이에요. 주인공 소영은 남편을 잃고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죠. 이야기는 두 사람이 남편,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반디는 평소에는 말을 더듬지만 아빠를 추억할 때만큼은 말을 더듬지 않는데요. 어쩌면 가장 또렷하고 그리운 기억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죠?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그 남은 몫은 남겨진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부분인데, 소영과 반디는 따뜻하게 아픔을 감싸 안으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최희서가 소중하게 써낸 위로의 편지 같아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04. 이제훈 감독 - <블루 해피니스>

 

정해인과 이제훈이 만나면 어떤 영상이 그려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둘다 청춘의 현실을 명징하게 담아내는 인물들이라서 때로는 이유 모를 불쾌함까지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댄디한 역할을 했던 정해인도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봐요. 취업 준비생으로 나오는 그는 현실 앞에 무력해지고 마는데요, 그러다 동창의 권유로 주식에 손을 대고 맙니다. 

주식이라는 소재, 그리고 청춘 그 자체를 표현한 정해인의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현실감이 더해졌어요. 주식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고 뒤흔들어 놓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영화는 무엇보다 제목이 참 매력적인데요. 우울함을 뜻하는 블루와 기쁨을 나타내는 해피니스가 합쳐지면서 우울한데 기쁜, 모호하고 위태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제목을 음미하면 그 매력이 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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