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thrill me)>
기간 - 2022.07.12 ~ 2022.10.09
시간 -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 공휴일 14:00, 18:00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뮤덕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품 <쓰릴 미>.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원래 대극장 뮤지컬만 보는 편이라, 중극장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친한 친구가 말하길 배우들 캐스팅도 좋고 작품 자체의 몰입도도 높다고 해서 호기심에 예매를 했다.
뮤지컬은 충무아트센터에서 하는 중이다. 몇 주 전에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하는 <킹키부츠>를 보러 왔었는데. 그때 티켓 수령 장소를 잘못 확인해서 지하로 내려갔던 적이 있다. 그때 <쓰릴 미>를 슬쩍 보고 뭐지? 했는데 내가 다시 여기로 와서 뮤지컬을 보다니! <쓰릴 미>는 중극장 블랙에서 열리는데 티켓 수령은 지하 2층에서 하면 된다. 로비로 들어가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잊지 말자. <킹키부츠>는 지상 2층, <쓰릴 미>는 지하 2층!!
나는 최재웅, 김진욱 페어를 예매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뮤지컬을 볼 때 캐스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대극장이 아니라 전부 모르는 뮤지컬 배우들이더라. 그래서 인터넷도 서치 해 보고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서 제일 내 취향에 맞는 배우들로 선택했다. 물론 외적인 부분도 반영^^
그리고 보통 뮤지컬을 보면 주인공부터 앙상블까지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쓰릴 미>는 그에 비해 단출하더라. 오직 두 명의 배우가 극 전체를 이끌어 간다니 놀랍지 않은가. 다시 말해,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가 뮤지컬에서 주가 된다는 것인데.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갔기 때문에 100분 동안 과연 두 명의 배우가 어떻게 극을 끌어갈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리고 음악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한다니. 이런 점에서 <쓰릴 미>는 내가 기존에 봤던 뮤지컬과 확실히 결이 달라 보였다. 그래서 무척 궁금했고, 또 궁금했다.
러닝타임은 총 100분. 러닝타임도 없어서 1시간 반 동안 타이트하게, 아주 스피드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더 극에 몰입하기가 쉽다. 중간에 한 번 끊어가면 쉴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극 몰입에는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한창 재밌어지는 타이밍에 끊어버리니 몰입하기도 쉽지 않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감정으로 쭉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미션 없이 진행하는 게 좋긴 했다.
그리고 흡연 장면. <쓰릴 미>에서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금연초이긴 한데 실제 담배처럼 냄새도, 연기도 나기 때문에 담배 냄새에 예민한 사람은 약간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내용을 모르고 가서 살짝 놀라긴 했다. 보통 뮤지컬에서는 피우는 척만 하지 실제로 피우지는 않으니까.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와서 신세계다! 싶긴 했는데. 관객석과 무대가 가깝다 보니 담배 냄새가 싫은 사람은 꼭 확인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찍은 좌석표. 보면 좌석이 무대를 둥글게 감싸고 있고 좌석과 무대는 무척이나 가깝다. 나는 C구역 2번째 줄에 앉았는데 이렇게 가까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깝더라. 첫 번째 줄은 정말 손 내밀면 닿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렇게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앉은 C구역은 사이드이다 보니 시야 가림이 존재했다. 이게 거리가 멀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옆쪽이다 보니 배우들이 중앙에서 연기하면 표정을 볼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두 사람이 정면을 보고 연기하는 장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더라. 그래서 몇 장면 놓친 부분이 있어서 다음에 관람할 때는 꼭 B구역에서 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오른쪽에 앉아 있다 보니 왼쪽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 멀리서 보기 때문에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사이드는 비추다!
<감상 후기>
1. 스토리
나는 뮤지컬을 감상하기 전 줄거리나 서사를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떠한 정보도, 편견도 없이 극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렇다 보니 <쓰릴 미>는 보는 내내 여러 부분에서 반전이었다. 일단 네이슨과 리차드의 관계성이 그랬다. 남자 배우 두 명이 주인공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집착스러운 사랑이 표현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수위도. 극 중에서는 우정이라고 표현하지만. 우정보다 먼 사랑에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여기에 리차드의 사이코패스 같은 기질이 더해지면서 사건과 감정이 전반적으로 극대화되는데. 이런 점이 마냥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둘 사이를 애매하게 풀어냈으면 더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 아주 솔직하게 집착과 사랑, 광기로 풀어낸 점에서 맘에 들었다.
다만, 여기서 다룬 범죄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범죄 중 하나고, 누가 들어도 거부감이 들 수 있어서 다른 사람한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왜냐 나도 처음에 유괴 얘기가 나왔을 때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 그래도 그냥 뮤지컬이니까 하면서 뇌를 빼고 보려고 했고 둘의 감정에 더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
2. 연출
<쓰릴 미>는 무대 연출이나 소품이 굉장히 심플한 편이다. 뮤지컬을 볼 때 연출이나 소품에도 중요도를 두는 편인데. 대극장은 이런 점에서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내가 선호하는 부분도 있다. 어떻게 모든 것을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표현하리. 무대 연출도 확확 바뀌고 조명도 다양하게 쏴야 보는 맛이 있지. 그런데 <쓰릴 미>는 무대 연출이랄 게 없다. 아주 정적인 무대를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배우들만 있을 뿐. 소품 역시 전화기나 타자기, 가방 정도? 그런데 이런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간결함이 강조돼서 더욱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달까. 극이 전반적으로 심각하고 진지한데 무대가 막 바뀌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선택이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전화기나 타자기가 이 극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주 심플한 배경에 이 소품 두 개가 극대화되면서 감정의 굴곡이 더욱 잘 보였다.
그리고 앞에 말했든 무대가 관객과 매우 가깝고 오른쪽, 왼쪽, 가운데 모두 골고루 사용하는 편이다. 무대 연출이 바뀌지 않으니 공간에 변화를 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런 점에서 신선하고 장면의 전환을 오로지 연기로 끌고 가는 배우들의 능력에 새삼 대단해 보였다.
3. 배우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두 배우 모두 사전 지식 없이 가서 관람했는데. 아니 글쎄. 최재웅 배우 비주얼이 무엇? 갈색 슈트를 입고 처음 등장하는데. 아니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나와도 되는 거야? 싶었다. 아니 저 비주얼에 저 실력인데 왜 내가 지금까지 몰랐지? 내 뺨을 후려치고 싶을 정도였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더블 캐스팅에도 나왔었던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역시 자기에게 맞는 극을 만났을 때 빛이 나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일단 노래 실력이 죽인다. 너무 잘생겨서 노래는 그냥 그렇겠지 했는데 전혀 아니다. 목소리도 좋고 감정 연기도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인스타 팔로우를 했다. 묘하게 수호와 규현을 닮은 외모. 아무튼 극 자체에서 너무나 빛났기 때문에 최재웅 배우 때문에 회전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진욱 배우. 일단 피지컬이 너무 좋았다. 무대가 가깝다 보니 코앞에서 보게 됐는데 파란 슈트를 입은 모습에 안 반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네이슨과의 키 차이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광기 어린 연기. 뭔가 시크하고 미친 듯한 느낌이 제대로 살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그 연기의 깊이감이 더해지는데.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 모두 연기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감정의 폭이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모습이 아주 감명 깊었다.
그런데 재웅 네이슨과의 전반적인 케미는? 글쎄... 뭔가 비주얼적으로 둘 다 훌륭한데 잘 어울리는 합은 아니라서 아쉬웠다. 오히려 상극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가 살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극을 감상하기에는 둘의 합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4. 넘버
기억 남는 넘버라면 당연 쓰릴 미. 극의 넘버가 다 한국어로 진행되는데 쓰릴 미 부분만 영어로 나오다 보니 임팩트가 확실히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 자체가 엄청나게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 아닌가. 네이슨의 그 애절함과 넘버가 합쳐진 점, 극의 제목인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인상 깊은 넘버가 아닌가 싶다.
회전문을 돌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당장 오늘 막공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왜 뮤덕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인지 알 수 있었던 뮤지컬 <쓰릴 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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