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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추천] <수지 - Cape>, 내 두 팔이 널 감싸는 망토가 되게 해줘

에디터 도리 2022. 10. 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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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지가 유튜브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 아리따운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브이로그가 올라왔는데. 수수한 모습과 아주 깨끗하고 맑은 웃음을 지으며 여행을 하는 수지의 모습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여행하면 저런 모습이 아닐 텐데. 온전히 여행을 즐기는 그녀를 보며, 아픔 없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수지는 자신의 자작곡 티저를 올렸다. ‘내 두 팔이 널 감싸는 망토가 되게 해 줘’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공개일은 10월 6일. 자신의 생일 4일 전에 공개하기로 한 것을 보면 팬들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작사, 작곡은 물론 커버 이미지나 뮤직비디오 기획 등 전반적으로 앨범에 참여했다고 하니 그 섬세함에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배우 수지도 좋지만, 가수 수지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가수 수지가 좀 더 내 취향이다. 나는 처음 그녀가 데뷔했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미쓰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을 때 들판에서 뛰놀 것 같은 순수한 모습의 토끼 같은 수지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워낙 비주얼이 훌륭해서 노래 실력보다는 외모가 우선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모든 노래의 킬링 파트에는 언제나 그녀의 목소리가 더해졌다는 걸.

그리고 그 진가는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과 수록곡인 <Yes No Maybe>나 <행복한 척>은 아직까지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있다. 또 2번째 솔로 앨범인 <HOLIDAY>나 <잘 자 내 몫까지> 등은 수지의 목소리가 제대로 드러나는 노래라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 듣는다.

처음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힘이 없고 가냘프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목소리가 미디엄 템포나 어쿠스틱 한 노래를 만나면 완벽한 합을 이룬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짙게 깔리는 물안개에 비유하고 싶다. 요즘 같이 바람 불고 쌀쌀해지는 날씨에 내 감성에 낮게 깔리며 나를 뒤흔든다. 단숨에 나를 사연 있는 여자로 만들고, 단숨에 나를 그 시절 그 사람을 사랑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마치 비가 내리듯이 낮고 짙은 물안개처럼 비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에 울컥한 적이 많았다. 게다가 그녀의 노래는 생각보다 음이 높고 고음이 있는 편이다. 물안개 같다가 고음에서 힘을 줄 때, 듣는 사람조차 버겁거나 힘겨워지지 않는다. 아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가수 수지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Cape>은 수지가 제일 잘하고, 제일 잘 맞는 장르의 노래인 것 같다. 밴드 사운드에 약간의 어쿠스틱함이 섞인 노래. 드럼과 기타가 주가 되고 그 위에 그녀의 목소리가 깔리는데. 아주 잔잔한 느낌이 완연한 이 계절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약간의 몽환적인 느낌도 있어서 꿈속에서 누군가 사랑한다고 얘기하며 불러주는 것 같다. 전에 그녀가 발표했던 노래들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긴 한데, 수지가 이런 장르도 소화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한 반복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가사. 수지가 이렇게 가사를 잘 쓰는지 몰랐다. 일단 <cape>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가 있다. 온몸을 감싸는 망토처럼 언제나 너의 곁에서 너를 감싸주겠다, 너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하는데. 사랑을 망토에 비유해 너를 해치는 것으로부터 막아주겠다는 이 표현과 진심이 무척이나 감동적이라서 무척 놀랐다. 게다가 스스로를 꽃병 안에 가시를 지닌 장미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너를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거라고도 말하는데. 이런 나도, 비록 너에게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네가 원하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아주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상처받고 울더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이보다 더 순수한 사랑 고백이 어디 있을까. 이 가사들이 말갛고 깨끗한 수지와 조화를 이루며 듣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정말 수지다운 느낌의 가사와 고백들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

나같이 가수 배수지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노래하는 수지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가수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그녀가 참 고마울 따름이다. 그녀에게 더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이렇게 나긋한 목소리로, 가끔씩 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Cape
아티스트
수지 (Suzy)
앨범
Cape
발매일
197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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