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는 OTT 서비스로,
자막과 함께 봐야 한다는
저의 고집(?)을 버리게 해 준
드라마라서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스토리도 재미있었고요.
온 가족이 수요일, 목요일 9시만 되면
TV 앞으로 모여 열심히 본방 사수를 했는데
끝나서 섭섭한 마음 뿐입니다.
그래서 이 여운을 쉬이 버리지 못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결말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이니,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01. 완벽한 수미상관의 구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1화를 떠올려 봅니다. 저는 너무 재밌어서 1화부터 6화까지 세 번은 봐서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고래 시계의 알람을 듣고 일어난 영우는 법무법인 한바다에 출근하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그녀의 루틴은 간단합니다. 아빠의 가게에 가서 모든 재료가 잘 보이는 김밥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죠. 지하철을 탈 때는 헤드셋을 하고 고래를 상상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지하철 밖으로 고래가 떠 다니죠. 그렇게 출근한 영우는 회사 앞에서 고비를 맞이하는데요. 그건 바로 회전문. 사람들에게 회전문은 큰 장애물이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에게 회전문은 거대한 장애물이죠. 이때 이 장애물을 함께 넘어준 건 준호였습니다. 그렇게 영우와 준호의 만남은 이뤄지고 영우와 한바다가 인연을 맺으며 1화가 시작되죠.
1화와 마지막화는 완전한 수미상관 구조였습니다. 1화처럼 영우가 출근을 하는 모습부터 나오는데요. 아버지의 가게에 가서 출근 전 김밥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때의 출근은 전과는 다릅니다. 1화에서는 인턴 변호사로서의 출근이었다면, 이번에는 인턴을 거쳐 정직원이 된 영우가 출근을 하죠. 이때의 감정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지만, 영우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 보입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탄 영우는 1화와 마찬가지로 헤드셋을 끼고 고래 상상을 합니다. 영우의 기분처럼, 고래는 화면을 헤엄치고 그렇게 회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16화 만에 다시 마주한 회전문. 영우는 전에는 회전문을 통과하는 법을 몰랐지만, 인턴 변호사에서 정직원이 된 영우는 압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한바다에서의 시간을 통해 영우는 회전문을 통과하는 법을 배웠죠. 그렇게 회전문을 통과한 영우를 부르는 건 준호입니다.
출근길부터 준호와의 만남까지 1화와 마지막화가 정말 비슷하지 않나요? 수미상관 구조로, 첫 화와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여줘 처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접했던 감정이 떠오르더라고요. 익숙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모습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그럼 이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02.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영우
저는 짧은 영우의 출근길을 보며 완전한 영우의 성장을 보았습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회전문이죠. 처음 마주한 회전문을 어떻게 지나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영우는 이제 없습니다. 준호 역시 영우를 도와주기 위해 등장했던 과거와 달리, 그녀의 연인으로서 등장을 하죠. 영우는 이제 출근길에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려 16화 만에 회전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우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회전문을 통과한 뒤 뿌듯하다고 자신의 감정을 정의내린 그녀를 보면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간 한바다에서 생활하면서 언제나 영우가 행복했던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사랑의 위기를 겪고,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되는 등 영우에게는 위기의 연속이 계속됐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영우는 언제나 답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고래와 함께요. 모든 일들이 그녀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결국 영우는 성장했다는 걸 작가는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회전문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통해서요.
박은빈 배우는 마지막화를 보고 이 드라마를 찍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스토리로 봤을 때 영우의 성장에 오로지 초점을 맞춘 마지막화라서 배우님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03. 완전한 악인은 없는 드라마
이 드라마에서 결국 완전한 악인은 없었습니다. 권모술수도, 태수미 변호사도, 해커로 나쁜 짓을 한 태수미 변호사의 아들도 모두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죠. 권모술수는 동료를 위해 조금은 바보가 되기로 하고 영우를 한바다에서 내보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태수미 역시 인사 청문회 후 자기 아들의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사퇴를 하죠. 태수미 변호사의 아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승소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한바다입니다. 영우를 내칠 줄 알았던 한바다의 대표조차 영우를 버리기보다는 감싸고 보호해주며, 완전한 바다로 거듭나게 됩니다. 지난화까지만 해도 고래로 상징되는 영우를, 바다로 상징되는 한바다가 버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녀를 품어주며 정직원으로까지 채용하죠.
이런 면에서 이 드라마에는 이제 완전한 악인은 없습니다. 결국 영우의 성장처럼, 새롭게 태어나며 선한 인물로 거듭나죠. 드라마에서 이런 교훈적인 내용이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매화 깊은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걸맞은 결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선한 사람들만이 있는 세상.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곳이니까요.
04. 조금 부족한 러브라인
여전히 아쉬운 건 러브라인입니다. 주가 되는 영우와 준호의 러브라인은 어느정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으로 표현한 것도, 그리고 영우의 솔직한 고백도 영우와 준호다워서 좋았습니다.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준호는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영우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지기 않았기에 둘만이 할 수 있는 사랑 표현이라서 더욱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영우와 준호의 행복한 모습을 더 보여주지 못한 점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요.
제가 아쉬운 건 권모술수와 수연이의 러브라인. 마지막화에는 이런 면이 제대로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권모술수가 수연이가 말한 바로 얘기를 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더라고요. 사실 갑작스러운 권모술수와 수연이의 러브라인에 몇 주 전부터 띠용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권모술수가 사랑 때문에 변한다? 사실 말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 부분은 시청자들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냥 둘이 티격태격하는 동료로서의 케미만 보여줬다면, 러브라인이 영우와 준호만 전개됐다면 오히려 더 개연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권모술수와 수연이가 시즌 2에서는 어떤 만남을 가질지 살짝 기대가 됩니다. (맘 같아서는 절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ㅎ)
제주도 편부터 살짝 내용이 산으로 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용두용미로
끝난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 영우의 성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한동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깊은 깨달음을 주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큰 감사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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